동생아미안해!

‘제15회 전국 청소년 저작권 글짓기 대회’는 어김없이 재기발랄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했다. 글짓기 대회는 청소년의 저작권 인식과 의식을 제고하고자 매년 개최되고 있는 공모전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하고 있다. 한국 저작권 문화를 선도할 청소년들이 창작한 작품을 직접 만나보자. 이달에는 초등부 최우수상 수상작 김서윤 학생의 ‘동생아 미안해!’를 소개한다.

_ 김서윤 안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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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하지만 내 동생은 평범하지 않은 초등학생이다. 우리는 자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외모는 물론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라곤 1도 없다. 동생은 공부는 물론이고 전국 규모 글쓰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다. 아~ 물론 나도 동생과 같은 글쓰기 대회에 한 번 나간 적이 있는데 입선도 못했다. 큰 무대의 화려한 시상대에서 떡하니 상을 받는 동생의 당당한 뒷모습을 관람석에서 바라보는 심정은 꽤나 씁쓸했다. 미술대회에서도 항상 동생의 상이 나보다 더 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동생과 반대로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나는 시작부터 공평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연극대본을 써서 ‘** 대회’에 나갔는데, 경기도 융합과학교육원장상을 받아왔다. 그랬다. 또 상을 받아 온 것이었다. 점점 위축되는 이 기분은 뭘까? ‘그래,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어. 그래도 내가 언닌데...’라고 나는 생각했다. 더 이상 동생에게 지기 싫었던 나는 ‘EBS 다큐 시나리오 공모전’이라는 대회 중등부에 덜컹 지원하게 되었다. 시기, 질투심에 눈이 멀어 오로지 동생에게 이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큰소리 떵떵 치며 지원은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독서록 쓴 내공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쓰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꼬여만 갔다. ‘아~ 창작의 고통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막혀서 일단 쉬기로 했다. ‘쳇.. 글 쓰는 게 뭐 별건가. 얼마나 잘 썼길래 상을 받은 거야?’ 불현듯 동생의 글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없는 틈에 동생 방에 들어가서 노트북을 켰다. 바탕화면에 ‘야옹이’라는 폴더가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동생은 소중한 것들에는 야옹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야옹이’에 들어가니 역시 동생의 글들이 있었다. 작가가 꿈인 동생은 틈만 나면 글을 쓰는 덕분에 제법 많은 글이 모여 있었다. 동생이 쓴 글들은 놀랍게도 내용이 재미있고 전개가 궁금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 마지막 글은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을 읽었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그래, 이 글을 EBS 대회에 내면 상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오면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마치 메시아가 나에게 내려온 것 같았다. 천사가 내게 와서 신의 계시를 들려준 것 같은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그래, 내가 쓴 것처럼 쓰면 되지 뭐. 베끼는 게 아니라 방금 읽었던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내 생각을 더 적으면 되겠지? 그러면 되겠지? 흐흐.’ 상에 눈이 어두워 그럴듯하게 내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나니깐 그런대로 통할 것도 같았다.
갑자기 신이 나기 시작한 나는 재빨리 내 방으로 가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벌써 시상식장에 서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 감동을 받으며... 유명 작가께서 생생하게 바라고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나는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서 아주 생생하게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미지, 촉감, 소리, 느낌 등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다. 상금도 받고, 부모님께 칭찬을 받고 나를 향한 박수소리가 쏟아진다. 하하하!
드디어 완성! 줄거리가 좋으니까 살을 좀 붙여서 글쓰기를 끝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당연히 주최 측에 e-mail로 접수를 하고 벌써 상을 탄 것처럼 좋아 죽을 것만 같았다.
결과 발표 날이 되었다. 너무 두근거려서 가슴이 터지려고 하는데 동생과 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런데 나는 전화를 받고 나서 충격에 휩싸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네? 부정행위로 탈, 락, 이, 라, 구, 요?”
“네? 부정행위로 탈, 락, 이, 라, 구, 요?”
동생과 나는 거의 동시에 외쳤다.
그랬다. 주최 측에서는 나와 동생의 글의 내용이 너무나도 유사하고 게다가 이름 또한 비슷해서 아는 사람끼리 서로의 글을 베낀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누가 원본이고 누가 가짜인지를 알 방도가 없으니 둘의 글 모두 부정행위로 실격처리가 되었다. 나는 동생 또한 대회에 글을 냈으리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베낀 동생의 글은 동생도 EBS 대회를 준비하며 썼던 글이었던 것이다.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대회에 지원을 했고, 나는 조금 변형은 했지만 거의 같은 글로 지원을 했던 것이다.
실격처리를 통보받고 참담한 심정이 된 동생은 하염없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울고 있는 동생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부모님께도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 때문에 좋은 글을 쓰고도 상도 못 받고 부정행위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쓴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되신 부모님께선 나에게 심각한 잘못을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저작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설명을 해 주셨고, 저작권은 가족 간에도 지켜져야 될 아주 소중한 권리라고도 말씀하셨다. 막연히 남의 글을 마음대로 베끼면 저작권에 걸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족 간에도 저작권이라는 게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미처 몰랐던 저작권의 여러 의미와 기능에 대하여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당장의 짤막한 이익을 얻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보다 내실 있는 길을 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부족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물론 동생의 글이 정식으로 출판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턴 동생의 저작권도 존중해야겠다. 동생의 글뿐만이 아니라 논문과 같은 학문적 기록물들 또한 저작권이 있다는 것에 더더욱 저작권에 대하여 알아야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생아 언니가 많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