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설명자료(IR)에관한창작성 및
실질적유사성판단

_ 정태호 경기대학교 지식재산학과 교수


대상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도1197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8노3426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25. 선고 2018고단2413 판결

1. 사실관계 1

1) 피고인 A는 피고인 주식회사 B 사무실에서 대표이사 D로부터 ‘B의 기업설명자료(Investor Relations, 이하 ‘IR’로 약칭함)를 제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 무렵 위 B 사무실 등지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E가 작성하여 배포한 기업설명자료(이하 ‘E IR자료’라고 함)를 불상의 방법으로 입수한 다음, E IR자료에 기재된 표현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여 피고인 회사의 IR자료(이하 ‘B IR자료’라고 함)를 작성한 뒤, 그 모방 사실을 보고하지 아니한 채 대표이사 D에게 위 IR자료를 제출하여 D로 하여금 위 IR자료를 잠재적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기업투자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배포하게 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나 승낙 없이 피해자의 저작물인 IR자료를 복제 및 배포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제기되었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는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기업설명자료 작성 등 홍보·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는 부대표 피고인 A가 피해자의 저작물인 E IR자료를 복제 및 배포하여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역시 공소제기되었다.

2. 법원의 판단

1) 1심의 판단2
① 이른바 ‘IR자료(기업설명자료)’는 기업이 투자관계자들에게 경영 성과나 재무 상태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사소개, 시장 현황, 사업 계획, 사업성과, 발전 계획, 재무 계획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점, ② E IR자료 역시 피해자 회사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서, 독자가 감득(感得)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본래의 작성 취지에 부합하는 점, ③ E IR자료의 표현이나 내용은 객관적 사실이나 정보를 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에 따라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고, 누가 작성하더라도 그와 같거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 기능적 저작물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의 특별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따라서 E IR자료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성을 인정할 경우 각계 기업들의 기업설명회 개최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④ 실제로 E IR자료 중 동일, 유사하게 사용되었다고 하는 내용들은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나 트렌드, 기업의 역량, 접근 방식,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사상이나 주제, 또는 아이디어로서 동종 업계에서는 그 내용이 동일 또는 유사할 수밖에 없고, 그 분량 또한 전체의 9~10% 정도(총 4-50쪽 중에서 5쪽 가량)에 불과하여 전체적인 질적·양적 비중이 미미한 수준인 점, ⑤ 한편 E IR자료에 구현된 각 정보의 선택 기준과 배열 순서에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E IR자료 작성자가 동일, 유사하게 사용되었다고 하는 내용을 선택하고 배열함에 있어 어떠한 점이 독창적이고 특징적인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은 점, ⑥ E IR자료 저작자가 해당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나, 편집저작물로서 보호되는 법익은 ‘자료수집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표현으로 드러나는 창작적 구성’인 점, ⑦ 설령 E IR자료가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B IR자료가 선택된 정보를 배열하고 구성하는 순서, 각 정보의 위치, 도표, 서체, 삽화 등 관련된 표현방식이 E IR자료의 그것과 전혀 달라 두 자료의 전체적, 구체적 편집상의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형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 IR자료는 어문저작물과 편집저작물에 관한 법리 중 어느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성이 있다거나 B IR자료와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피고인들 무죄).

2) 2심의 판단3
(1) 어문저작물 측면에서의 판단
(가) 범죄일람표 순번 1번에 대한 판단
범죄일람표 순번 1번의 ‘E IR자료’ 부분은 지난 5년간 대한민국에서 영어 학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변화(해외여행 보편화, 글로벌 서비스/비즈니스 증가, 영어가 세계 공용어에 해당, 해외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통해 영어를 접하는 기회의 증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사용량 증가 등)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영어 학습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 배경 사실이나 사회 환경의 변화를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문구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고, 동일한 주제를 두고 누구나 비슷하게 연상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범죄일람표 순번 2번에 대한 판단
범죄일람표 순번 2번의 ‘E IR자료’ 부분(“F의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영어회화, 중국어, 여행 등 영어와 관련된 키워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은 영어와 관련한 F 포털사이트의 키워드 검색어 현황에 관한 것으로서, F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객관적 사실과 정보를 별다른 특색 없이 일반적 표현형식에 따라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므로 표현에 창작성이 없다.

(다) 범죄일람표 순번 3번에 대한 판단
범죄일람표 순번 3번의 ‘E IR자료’ 부분은 온라인 영어 학습을 주사업 내용으로 하는 E의 역량과 경쟁력을 내용으로 한다. 인프라의 구축, 경험 및 노하우의 축적, 기술력 구비, 우수인력 보유 등은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회사의 역량이나 경쟁력을 설명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요소들이고, 위 IR자료에서도 그러한 요소를 일반적인 표현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문구에서 E만의 특성이 고려된 표현 등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B IR 자료에 나타난 내용과 다르고 그 비중도 미미하다. 따라서 이 부분에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정도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라) 범죄일람표 순번 4번에 대한 판단
범죄일람표 순번 4번의 ‘E IR자료’ 부분은 E의 시장접근 방식을 주제로 하여 E가 사업 초기 온라인 영어 학습 시장에 접근하기 위하여 고안한 전략이나 방식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서는 E만의 성인 영어 학습 교육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판단, 경쟁사들과 차별되는 교육방식, 콘텐츠의 기술적 구현 방식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므로 창조적 개성을 담고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해당 부분이 E IR자료의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과 B IR자료 전체에서 이와 유사한 표현을 담고 있는 부분이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은 미미하여 B IR자료에서 그 창작적 특성이 감지된다고 보기 어렵고, 순번 4번의 ‘B IR자료’ 부분에는 피고인 주식회사 B만의 독자적인 표현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두 IR자료 간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마) 범죄일람표 순번 5번에 대한 판단
범죄일람표 순번 5번의 ‘E IR자료’ 부분(“TV 및 각종 매체 광고 마케팅 활동을 위해 필요한 예산입니다.”)은 예산의 필요성 및 사용처에 관한 것인데, 온라인 어학 학습 시장에서 미디어 등 각종 매체를 통한 광고 효과가 크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일반적이고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문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표현에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편집저작물 측면에서의 판단
일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E IR자료와 B IR자료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나타나는 ‘어문의 표현’을 비교·적시하고 있을 뿐이고, 편집저작물의 요건인 ‘소재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과 관련하여 E IR자료의 창작적 표현이 무엇인지와 B IR자료가 차용한 ‘소재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각각의 소재 선택에 특별한 창작성이 발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세부내용의 배열 및 구성에서도 해당 주제에 관하여 동종업계에서 유사하게 구성할 수 있는 통상적인 문장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창조적 개성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서 서로 동일, 유사하게 사용되었다는 부분은 IR자료의 전체 분량에서 약 10% 정도(총 50쪽 중에서 5쪽 가량)에 불과하여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비중이 미미하므로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3) 결론
공소사실상의 E IR자료 부분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정도로 창작성 있는 표현이 나타난 저작물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일부 창조적 개성을 담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E IR자료와 B IR자료 간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피고인들 무죄).

3) 대상판결의 판단
원심의 판단에는 저작권법 위반죄에서의 창작성 및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상고기각).

3. 해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경쟁사의 기업설명자료를 도용한 자료에 대하여 동일, 유사한 부분의 창작성 유무를 근거로 해서 양 자료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즉,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려면 저작물을 도용하였다는 ‘의거성’이 인정되더라도 도용한 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저작권 침해의 비교 대상이 되는 부분이 창작성이 있어 저작물성이 인정되어야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이므로, 해당 부분의 창작성 유무를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4 따라서 기업설명자료의 도용된 부분이 통상의 기업설명자료와 관련해서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표현을 담고 있는 부분이라면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5 따라서 위와 같이 기업설명자료의 도용된 부분이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에 관한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 시에 이러한 부분은 대비에서 제외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표현형식이 아무리 도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아 저작권 침해가 부정된다.
더 나아가서 설령 도용된 부분이 창작성이 있는 표현 부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부분이 원저작물 및 이를 도용한 자료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 및 질적 비중 등도 고려해서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6 도용된 부분이 창작성이 있는 표현 부분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부분이 원저작물 및 이를 도용한 자료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 및 질적 비중이 미미한 경우에 불과하다면 이 역시도 저작권 침해가 부정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기업 간에 경쟁이 치열하여 서로 동종기업에 관한 설명자료 등을 도용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와 같이 의거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도 도용된 내용이 동종업계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창작성이 없고, 도용된 부분이 자료 전체에서 양적 및 질적으로 그 비중이 미미하다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기존의 판례에서의 판단 기준에 따라 대상판결은 확인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자신의 기업설명자료에서 기존의 동종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러한 창조적 개성을 가진 창작성이 있는 표현들이 기업설명자료의 일부분만이 아닌 자료 전반에 걸쳐서 포함되도록 해주는 것이 경쟁사가 이를 도용 시에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내용 자체에 창작성을 포함시키기가 어렵다면, 그러한 내용을 소재로 하여 배열과 구성 등에 창조적 개성을 포함하도록 만들어서 편집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받아야지 편집저작물로서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참고해야 할 것이다.

1 대상판결의 원심(2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8노3426 판결(저작권법 위반)의 “1. 공소사실 요지” 참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25. 선고 2018고단2413 판결(저작권법 위반) 참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26. 선고 2018노3426 판결(저작권법 위반) 참조.
4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등 참조.
5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등 참조.
6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70520, 70537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