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증강현실과저작권에
관한 현황 및2020년미래 전망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저작권 환경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저작권위원회 또한 유관기관, 관련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 블록체인의 기술 동향과 저작권 쟁점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며 저작권 이용 환경의 변화와 보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저작권 환경 속에서 2020년 주목해야 할 기술과 동향, 저작물 이용 환경의 변화, 저작권 쟁점 등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달에는 ‘가상·증강현실’을 주제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와 저작권 제도의 영향 및 전망을 소개한다.

_ 김병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들어가는 말

디지털 기술 발전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저작물 제공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16. 1.)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승자가 되는 4가지 조건 중 하나로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 제도’를 강조한 바 있고, 선진 각국은 기존 저작권 제도의 정비를 통해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기술 등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인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대응할 수 있는 저작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5G가 구현하는 초고속·초연결·초지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AR 콘텐츠의 급증, VR 기기의 경량화와 경쟁력 있는 가격이 형성되면, 저작권 관련 이슈들이 활발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5G 보편화에 따른 가상·증강현실 관련 저작권법적 쟁점을 검토하고 대응 방향을 검토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가상의 환경과 경험 등을 현실에서 실제 느끼는것처럼 체험하도록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현실 세계에 컴퓨터 등을 사용하여 정보를 부가 제시하는 기술 및 정보를 부가 제시한 환경 그 자체를 말한다.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진화된 가상 세계를 만드는 기술로 가상현실의 몰입감과 증강현실의 현실감이 융합된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가상·증강현실 서비스는 엔터테인먼트, 관광, 부동산 콘텐츠 중심으로 성장하는 단계이다. 5G 통신이 상용화되고, 관련 콘텐츠의 다양화, 기기의 경량화가 실현되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기업 혹은 기관에서 작업 의뢰를 받아 가상·증강현실 콘텐츠를 제작해주고 저작권을 양도하는 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고, 또 업계 종사자가 어떤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가상·증강현실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저작권 이슈들이 활발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2. 가상·증강현실 서비스와 저작권법 과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관계는, “현실에 기반을 둔 가상현실을 증강현실이라고 한다.”로 정리될 수 있다. 개념적으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현실’의 물체 또는 배경 등을 ‘일부’ 이용하느냐 ‘전부’ 이용하느냐에 의해 구분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가상현실은 증강현실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1 최근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가상현실의 몰입감과 증강현실의 현실 소통의 특징을 융합한 혼합현실(Mixed Reality)로 발전하고 있다.2 그런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기능적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법리적 관점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분할 실익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상용화에 따라 발생 가능한 법적 문제들에 대하여 현실 세계에 적용되는 기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기술적으로 가상·증강현실은 2차원 데이터를 이용하여 3차원 데이터로 재창작되므로 저작물의 복제와 2차적 저작물 작성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2차원 스크린 데이터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적절하게 배치되도록 변형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배경 속에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 혹은 타인의 저작물 그 자체가 배경으로 이용될 경우 그리고 캐릭터 및 기타 등장하는 저작물이 타인의 저작물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에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가 된다. 다만, 2차원 데이터를 3차원으로 변경하는 행위는 썸네일 이미지를 이용하여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와 같이 변형적 이용으로서 공정이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영리성, 이용의 목적과 성격, 각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요소들에 따라 공정이용에 해당되어 면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문제는 기존의 법리와 판례를 통해 해석론으로 해결할 수 있고,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배경에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저작물, 예컨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건축물, 예술품을 3차원화 하여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 포함시키는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특수한 캐릭터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등장물은 경우에 따라 공정이용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가상·증강현실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적이고 항구적인 복제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16조의 복제권이 미치게 된다. 다만, 동법 제35조의2(저작물 이용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 적용가능성이 존재하는 복제행위에 대해서는 면책된다. 일시적 복제에 관한 면책규정의 취지는 새로운 저작물 이용 환경에 맞추어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충실하게 만드는 한편, 이로 인하여 컴퓨터에서의 저작물 이용과 유통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의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는 데 있다. 동법 제35조의2에서 말하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는 일시적 복제가 저작물의 이용 등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경우와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포함되지만, 일시적복제 자체가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제외된다.3
따라서 저작물을 광고에 편입하여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가 가상·증강현실 서비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러한 행위는 저작권법 제35조의2에 의하여 면책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법 제19조는 저작자는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전시에 관하여는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시 방법과 관련해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일반 공중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직접 전시는 저작권법의 공표방법의 하나로서 전시에 포함되지만,4 필름, 슬라이드, 텔레비전 영상 또는 그 밖의 다른 장치나 공정에 의하여 보여주는 간접 전시와 인터넷 전시는 일반적으로 전시개념에 포섭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저작물이 일반화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시 개념 속에 간접 전시를 포섭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전시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전달, 즉 인터넷 전시는 전송 속에 포함되므로 전시 개념에 포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의 빅데이터를 수집·처리해 전시할 뿐 아니라 사용자 일상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데, 이와 같이 생성된 데이터베이스 보호 가능성도 문제가 된다. 가상·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하여 추출한 데이터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추출한 데이터에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추출된 데이터가 증강현실 시스템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저장된 후 증강현실 기기에 게시되는 과정에서 복제권, 전송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파노라마의 자유) 개정 필요성

저작권 제도와 가상·증강현실의 기술 변화가 가장 직접 관련된 사안은 가상·증강현실 구현 과정에서 이용되는 배경 정보의 저작물성과 배경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범위 즉, 파노라마의 자유(freedom of panorama)라 할 수 있다.5 파노라마의 자유란 공공장소에 항시 전시되는 건축물이나 미술저작물 등을 사진, 동영상 등으로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이 자유의 인정 여부는 각 국가마다 상이하다. 즉, 공중에게 항시 전시된 저작물에만 적용되는지의 여부, 특정 저작물 또는 모든 저작물에 대해서 적용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 각국은 다양한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이 파노라마의 자유에 대해 규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① 개방된 장소일 것, ② 항시 전시되고 있을 것, ③ 판매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 등 단서에서 정한 각 호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란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가상·증강현실의 구현에 있어서 파노라마의 자유는 제한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증강현실은 이용자의 위치정보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시현해야 할 필요성이 크며, 가상현실도 현실에 있는 저작물을 가상으로 시현하기 위해서는 ‘옥외 제한’과 ‘항시 전시의 제한’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파노라마의 자유에 관한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개방된 장소에 옥내공간을 포함하여 불특정 다수가 왕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 또는 개정하여야 한다. 또 ‘항시 전시’의 판단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토대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증강현실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므로,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를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전시’하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다수가 출입하거나 왕래하는 장소에서의 파노라마의 자유를 확대함으로써, 가상·증강현실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기술 환경의 변화에 맞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 저작권법은 파노라마 자유가 적용되는 대상 저작물을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외의 저작물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가령 VR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입력되는 정보에 개방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운동 경기나 안무, 무용 또는 가수의 실연이나 방송이 포함되는 경우와 시비(詩碑)나 노래비에 새겨져 있는 시나 노래의 가사 등과 어문저작물이나 음악저작물은 공개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더라도 그 이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6 다만, 파노라마의 자유가 적용되는 저작물의 범위를 미술·건축·사진저작물 외의 모든 저작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고려하되, 물론 대상 저작물의 유형을 모든 저작물로 확대할 경우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세심한 접근이 요망된다.
2020년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파노라마의 자유 등 다양한 개별 쟁점에 대한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선행연구가 존재하지만, 구체적 법안 마련을 위한 후속 논의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이 충분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저작권 제도가 갖는 본질적인 목적을 토대로 하되,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와 저작권 제도에의 영향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고, 디지털 환경에서 공정이용과 저작권 보호 간의 정교한 균형에 대한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1 정진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저작권법 관련 쟁점에 관한 연구 - 저작권법 개정 필요성을 중심으로 -”, 2018. 4, 6-7쪽.
2 양병석, 임영모, 조태훈,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발전 방향과 시사점”, SPRi Issue Report(2016-14호), 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17, 6-7쪽. 혼합현실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편향된 가상현실과 스마트폰 초기에 등장했으나 킬러콘텐츠 부족한 증강현실 사이에 … 혁신적인 UI와 실용적인 콘텐츠를 앞세워 ICT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 10대 이슈 전망, 2017, 18쪽.
3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1024·1031·1048 판결; 2018. 11. 15. 선고 2016다20916 판결.
4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5 정상조 외 3인,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 이슈 연구”, 저작권정책연구 2017-11, 2017, 106쪽.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저작물이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저작물의 부수적 이용에 대한 면책 규정 제35조의3(부수적 복제 등)을 통하여 적극 대응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2도10786 판결은 새로운 창작과정에서 원저작물이 간접적 부수적으로 이용된 사례에 대하여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바 있고, 나아가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이나 제35조의5 공정이용과 같은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로서 접근하는 방법 외에, 실질적 유사성의 차원에서 접근하여 부수적으로 이용되어 그 양적·질적 비중이나 중요성이 경미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에서 원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느껴진다면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복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6 정상조 외 3인,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 이슈 연구”, 저작권정책연구 2017-11, 2017, 99-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