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_ 문선영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기타 공공기관 연구자들을 만나게 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몇 달 동안 고생해서 만든 자신들의 연구 결과물이 통째로 마치 다른 출판사의 출판물인 것처럼 서점에 버젓이 전시되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게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는 것이다. 보통 이런 연구 결과물들은 해당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러한 공공저작물을 동종 서적들의 판매가에 필적하는 고가의 비용을 지급하고 구매하고 있으며, 해당 출판사는 동 저작물의 창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이를통해 상업적인 이익을 취득하고 있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공공저작물 이용에 관한 법률

언뜻 들으면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데이터법) 및 저작권법 관련 규정의 검토가 필요하다. 2013년 7월 제정된 공공데이터법은 공공기관(동법상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는 개념임.)이 보유, 관리하는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여 국민의 이용권을 보장하고 이의 활용을 통해 삶의 질 향상 및 국민경제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저작물이 광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된 자료 또는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동법상 공공데이터에 해당되고, 해당 공공기관은 동법상의 비공개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이를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동법 제3조 제4항은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를 영리적으로 이용하더라도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동법이 공공데이터의 활용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경제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다만, 동법은 타법에 의해 보호되는 타인의 권리나 법익과의 충돌을 막기 위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보충적 규범임을 선언하고 있다(동법 제4조). 따라서 동법에 의할 때 온라인에서 무료로 서비스되는 공공저작물을 제공받아 이를 이용하여 영리활동을 하더라도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위법은 아니다. 또한, 접근하기 어려웠던 공공저작물을 찾아 널리 홍보하고 판매함으로써 국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한 경우라면 의의가 없지도 않다.

공공데이터법과 저작권법

한편 타법과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공공데이터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저작권법을 검토하여야 하는데, 저작권법은 제24조의2에서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동조는 지난 2013년 12월 도입된 것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이거나 계약에 의해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은 공공의 재원을 통하여 취득된 것인 이상, 이에 대한 저작재산권의 보호를 배제하여 일반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공익적목적 하에 신설된 조항이다. 이러한 공공저작물의 이용이 적정한 방법으로 활성화된다면 문화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고도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고, 공공저작물은 이용 방법이나 이용조건 등의 특별한 부담이 없이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간 정부에서도 공공누리 제도를 통하여 공공저작물의 표준화된 이용허락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공저작물의 안전한 개방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저작재산권의 일부 지분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동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공공저작물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거나 개인의 사생활 또는 사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다른 법률에 따라 비공개 정보가 포함된 경우 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저작물로서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으로 관리되는 경우에는 자유이용의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저작물과는 달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그 이용 활성화 시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의 범위 및 그 예외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어느 범위에까지 공공저작물을 개방하는 것이 좋을지 해석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공공저작물 이용의 문제

필자 역시 공공저작물은 특별한 비용이나 제한 없이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은 최근의 공공저작물의 이용 형태를 보면 회의가 드는 점이 없지 않다. 공공저작물이 비록 국민들의 세금이나 공적 기금을 통하여 작성된 것이기는 하더라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공공저작물을 통째로 제공받아 판매를 통해 영리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일까. 온라인상에서만 제공되는 저작물을 인쇄를 통해 책자로 판매하여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중에 유익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적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새로 ISBN 번호를 부여받고 출판사도 표시하게 되므로 해당 서적의 표지만 보게 되면 아무리 저작자를 공공기관으로 표시하고 있더라도 그 책은 마치 해당 출판사의 출판 서적으로 보이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경우에 따라서 이렇게 제작된 서적은 e-Book으로 판매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 출판사의 영리적 이용은 더욱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서적을 저술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고생했을 많은 연구자의 노력과 무상으로 이용 가능한 저작물에 실비 이상의 과도한 비용을 지급해야 할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이용형태는 더더욱 관련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법은 공공저작물을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일정한 요건 아래에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은 이를 허용한 동법의 취지에 비추어 그 허용 한도 내에서 공정한 이용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때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자신들이 작성하거나 보유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주장할 필요가 있고, 이용허락 시에도 해당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 이루어지도록 적절한 이용 방법과 조건을 부가하여 이용을 허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공공저작물을 통째로 제공받아 이용할 때에는 해당 저작물이 공공저작물이고 이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동 저작물의 접근 방법을 포함한 출처를 명확히 표시하여야 하고, 이를 책자의 속지 외에도 ‘표지’와 인터넷 서점 등에서 제공되는 구매 정보에 누구나 자유롭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명시하여야 하며, 해당 책자의 가격이 부당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이용 방법과 조건을 부가하여 이용을 허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서 본 공공데이터법이나 저작권법의 규정은 공공기관이 공공저작물의 개방 시 제공을 거절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제공 시 이용조건이나 이용 기간 등 제한을 가할 수 있는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공공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협의를 통해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적절한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