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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판례 돋보기

게임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유사성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14. 선고 2021가합549484 판결


백경태 법무법인 신원 변호사

key point

배경

원고 회사는 자신들의 게임을 개발했던 甲회사 직원들이 퇴사 후 피고 회사를 설립하여 출시한 게임이 원고 회사의 게임 엔진을 복제 및 일부 수정하여 개발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원고 회사는 피고 회사가 출시한 게임이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에 따른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회사의 게임 유통 등을 금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결론

법원은 원고 회사의 게임은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장르인 반면, 피고 회사의 게임은 캐릭터 수집형 턴제 RPG 장르로서 게임의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상이하고, 원고 회사의 게임은 3D 기반임에 비하여 피고 회사의 게임은 2D 기반으로서 각 게임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게임 엔진의 성능 또한 상이하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01. 구체적 사실관계

원고 회사(이하 ‘원고’)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A’를 개발한 甲회사로부터 A게임에 관한 소스코드, 서버 프로그램,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스토리, 캐릭터, 게임 시스템 등에 대한 저작권 일체를 양수하여 A게임을 관리 및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A게임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는 게임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기능들을 담은 소프트웨어 구성요소인 게임 엔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피고 회사 1은 甲회사 소속으로 A게임을 개발할 당시 근무하였던 직원들이 퇴사 후 설립한 회사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B게임의 개발을 완료하였고, 피고 회사 2는 이러한 B게임을 피고회사 1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뒤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에 업로드하여 관리 및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고는 피고 회사 1이 甲회사에서 A게임을 개발하는 데 관여했던 직원들로 하여금 A게임의 게임 엔진을 복제하거나 일부 수정하여 B게임을 개발하도록 하였고, 피고 회사 2는 이와 같이 A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한 B게임을 유통 및 운영하고 있음을 이유로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 해당한다고 하여 B게임의 유통 등을 금지하고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02. 판결의 요지

가.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원고와 피고 회사들이 제출한 증거 및 A게임과 B게임의 게임 엔진 개발에 모두 참여하였던 증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B게임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A게임의 경우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약칭 ‘MMORPG’) 장르인 반면, B게임은 캐릭터 수집형 턴제 RPG(Role Playing Game) 장르로서 두 게임 간에 캐릭터와 주변 사물·인물들과의 상호작용 방식, 캐릭터의 전투 방식 등 게임의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상이한 바, 피고 회사 1이 B게임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A게임의 게임 엔진을 도용할 유인이나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원고의 A게임은 3D 기반으로 모든 그래픽이 구현되어 인물, 사물, 배경이 묘사되고 있는 반면, 피고 측의 B게임은 인물 외 사물, 배경 등 대부분의 묘사가 2D 기반으로 그래픽이 구현되어 있는 점, A게임은 PC 환경에서 구동됨에 반해 B게임은 모바일 환경에서 구동되어 두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달라 A게임이 B게임보다 기기 요구 사양이 대체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각 게임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게임 엔진의 성능 역시 상이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아울러, 당해 사건에서 A게임과 B게임의 게임 엔진 개발에 모두 참여하였던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하였는데, 당시 증인은 ‘A게임의 게임 엔진은 시중에 판매되는 범용 엔진이 아니라, 특정 게임의 개발에 특화된 게임 엔진으로서 다른 게임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A게임과 B게임은 그 장르나 구동기기의 사양이 달라 A게임의 게임 엔진으로 B게임을 개발할 이유도 없다’, ‘A게임의 게임 엔진은 PC 환경에서 개발되었으므로 통상적인 지식을 가진 개발자의 입장에서 이를 모바일 환경으로 이식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라는 취지의 증언을 진술하였다.
한편, 원고는 甲회사에서 A게임을 개발했던 담당자들이 피고 회사 1의 설립을 주도했던 점, 피고 회사 1이 설립일로부터 1년 2개월 만에 B게임의 개발을 완료하였다는 점 등을 토대로 B게임의 게임 엔진은 A게임의 게임 엔진을 도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B게임의 개발 기간이 다른 모바일 게임들에 비하여 이례적으로 그 개발 기간이 짧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원고가 제시한 간접사실 내지 정황증거만으로는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또한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B게임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와 같이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들의 권리 침해 행위를 방치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결국, 법원은 원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들을 토대로 B게임이 A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저작권 침해 여부 분석 과정

나.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B게임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B게임이 A게임의 게임 엔진을 도용하여 개발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03. 당해 판결의 의미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저작권 침해 소송이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당해 사건 외에도 게임의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 약칭 'UI'), 확률 시스템 등의 유사성이 저작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며, 현재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며 진행 중인 사건들도 존재한다.
당해 판결의 경우, 재판부는 두 게임의 장르가 상이하여 그에 따른 캐릭터의 상호 작용 방식, 전투 방식 등 게임의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유사하지 않다고 보았고, 또한 A게임은 3D 기반 그래픽임에 비해 B게임은 2D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A게임은 PC 환경에서, B게임은 모바일 환경에서 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 등을 토대로 두 게임의 유사성을 부인하였다.
게임은 전통적인 어문저작물 등과 달리 다양한 콘텐츠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하나의 ‘게임 IP’로 완성이 되곤 한다. 그러므로 두 게임 간의 저작권 침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하나의 게임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사항들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다퉈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때 과연 이러한 세부 사항들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문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기에 법원은 과거 ‘팜 히어로 사가 사건’(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의 경우에도 게임을 구성하는 진행 방식, 아이템의 특성, 배열 등을 토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였다.
한편, 당해 판결에서 재판부는 A게임의 게임 엔진을 도용하여 B게임을 제작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두 게임의 장르, 그래픽, 서비스 제공 환경 등에 차이가 있고 A게임의 게임 엔진은 커스텀 엔진에 해당하여 다른 게임에 이용하기 위한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토대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은 이용자 입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접하는 그 유사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제작에 있어 게임의 바탕이 되는 핵심 기술인 게임 엔진의 특성과 해당 게임 엔진을 토대로 제작하고자 하는 게임의 특성을 기준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게임 엔진이 결국 물리적인 형태의 제품이 아닌 소프트웨어 구성요소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게임 엔진을 토대로 구현하고자 하였던, 그리고 구현된 결과만을 토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간의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검증 또한 면밀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물론, 당해 사건에서 이러한 쟁점이 양 당사자들 사이에서 주장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저작물 분쟁 발생 시 논의 포인트
현재 원고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쪼록 항소심에서도 저작권 침해 여부 혹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길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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