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초연에 오른 창작 뮤지컬 ‘달가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달가림’은 외할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낯선 시골집을 찾은 주인공 ‘효주’가 우연히 마을 숲속으로 발을 디디면서 겪는 일들을 환상적으로 풀어낸 뮤지컬로, 표정이 없는 미스터리한 남자 ‘무영’을 만나며 펼쳐지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서사가 주축을 이룬다. 어단비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달가림’은 2017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작가 데뷔프로그램으로 첫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재가공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웹툰·웹소설 전문 플랫폼 ‘리디북스(RIDI)’를 통해 웹툰 ‘달이 가려지는 날’로 연재된 바 있으며, 소설과 연극 장르의 특성을 결합한 입체낭독극 ‘숲 바람 그리고 달’ 공연으로 재탄생되는 등 다채로운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정식 공연 못지않게 풍부한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면서 호평을 받았고 이는 뮤지컬화를 이끈 성공 발판이 됐다. 이 외에도 원작 IP는 201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북투필름으로 선정된 데 이어 독일,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출판시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판권 수출에까지 성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달가림의 주 서사는 숲을 매개로 이뤄진다. 숲은 주인공 ‘효주’와 ‘무영’의 만남을 잇는 서정성 짙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효주가 잃어버린 그림자를 되찾기 위해 매일 밤 그 흔적(발자국)을 쫓아야하는 수수께끼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달가림(월식의 순우리말 표현) 전까지 그림자를 찾지 못하면 다시는 숲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될 처지에 놓인 탓이다.
이처럼 숲은 극 전체를 이끄는 핵심으로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역동적으로 기능하는 공간이다. 달가림 뮤지컬 무대 연출진은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숲이 지닌 의미와 신비로움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보다 집중했다.
그리하여 무대 위 숲은 칠흑처럼 어두우면서도 보랏빛 신비로운 빛을 간직한 공간으로 구현됐으며, 무대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도록 특수효과를 더하는 등 몽환적 분위기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까만 밤 숲속에서 유일하게 환하게 빛나는 존재로 묘사되는 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해 조명장치를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관객들이 주인공과 함께 같은 시선으로 그림자를 쫓으며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극적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이다.
주인공 내면의 결핍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에 초점 맞추어 각색
소설적 상상력으로 빚어진 세계를 실제 뮤지컬 무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각색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가 바뀌면 전할 수 있는 내용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뮤지컬 달가림의 전체적 흐름을 맡은 추태영 극작가, 배석준 연출가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극적 클라이막스를 견인하는 포인트로 각 주인공이 내면에 안고 있는 결핍을 선택했다. 효주, 무영 두 인물이 성장과정에서 얻은 치명적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각색을 진행한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주 배경인 숲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일들을 묘사하며 그 분위기를 전달하는 비중이 컸다면, 뮤지컬에서는 효주와 무영 두 인물의 내면 변화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이들의 대사, 행동 등의 비중을 높여 캐릭터 스토리를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각자가 성장 과정에서 갖게 된 결핍이 서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소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기획자의 의도이기도 하다.
한 편의 환상극으로 그려졌지만 궁극적으로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달가림. 이번 뮤지컬 무대에 이어 다음에는 어떤 IP로 재탄생하게 될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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