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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사건과 판례

선재미술 작품의 저작권 침해 문제

(2021.6.24. 선고 부산고등법원 2017나339 판결)


최승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사안의 개요

이 사건에서는 고무줄을 이용하여 공간 분할을 하는 방법으로 실내공간을 메우는 소위 선재미술(String Art) 작품 사이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쟁점이었다. 원고는 2003년경부터 실내공간에 수백 개의 고무줄의 양 끝을 다양한 모양과 규칙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벽체와 천장, 기둥을 고무줄로 메워 한 면을 만들거나 각각의 고무줄 사이의 틈을 이용하여 빛과 그림자의 물리적인 착시효과를 나타내는 작품을 제작 전시해왔다. 피고도 2013년 및 2014년경 역시 고무줄을 이용한 선재미술 작품을 각 제작·전시하였는데, 원고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2014년경 피고 작품의 전시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여 피고는 전시 작품을 철거하였다. 그즈음 원고는 저작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 법원은 2017년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다. 원고 작품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 작품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항소하였고, 2021년에 내려진 항소법원의 결론은 원심 판단과 달랐다. 원고 작품의 저작물성은 인정되지만 양 작품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시각 미술, 특히 설치미술 작품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상당히 까다로운 쟁점을 포함하고 있고 그만큼 법원도 결론을 내리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

1. 1심 법원의 판단
원고 작품의 저작물성 여부와 관련하여 기존 작가들이 원고 작품과 같이 고무줄을 이용하거나, 전시 공간을 구획하는 형식을 보이는 작품들을 제작했던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작품에는 원고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 볼 수 있는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 선재 작품과는 구별할 요소를 갖추어 원고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선재(실, 철사, 노끈, 리본 등)를 이용하여 입체적으로 구성된 미술 작품은 그 소재의 특징으로 인하여 발현되는 전형적인 표현 형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가에 따라 변형을 주어 새로운 표현이 가능한 것이고 원고 작품과 기존의 선재미술 작품은 사용 재료, 공간을 구획하는 형식, 세부적인 설치 양식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여부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단기준을 전제로 삼았다. 다만 시각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술저작물이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는 일반인인 보통 관찰자의 관점에서 서로 대비할 때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표현적 요소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고, 또한 피고 작품에 창작적이라 할 수 있는 비유사적 요소가 존재하더라도 그러한 비유사적인 요소가 원고 작품에서 차용한 부분을 압도하여 원고의 저작물과 종속성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창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살펴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1심은 양 작품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고무줄을 사용하여 고무줄의 양 끝을 마주 보거나 맞닿은 벽 또는 하나의 벽면에 고정하여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고무줄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 끝을 고정시켜 면을 구성하고 고무줄 사이의 간격을 같은 규격으로 확장 내지 축소시키는 등 어떤 규칙에 따라 공간 속에 고무줄을 배열하여 전시장을 메우는 고무줄의 배치 및 그에 따른 공간 창출, 조명 이용에 의한 그림자 효과 등 원고 작품에서 나타나는 창작적 표현이 피고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일반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매우 유사하고, 피고가 특징적이라 주장하는 작품의 재료(고무줄의 색상, 굵기)나 고무줄의 밀도, 공간 활용 등은 원고 작품을 압도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판단

2. 2심의 판단
원고 작품의 저작물성과 관련하여 2심도 국내외의 기존 설치미술 작가들이 이미 고무줄이나 그와 유사한 탄성이 있는 다수의 선재를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전시공간의 벽체나 기둥 등을 연결하고, 전시장의 특정 공간에 심리적 면을 구성하여 전시공간을 구획하는 형식 등을 사용한 작품들을 제작·전시하여 온 사실은 인정되지만 원고 작품들에는 원고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 볼 수 있는 특성이 부여되어 있어 저작물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원고 작품의 독자적인 표현을 인정함에 있어서 원고 작품의 기본적인 요소인 작품 소재나 선재를 연결하는 제작 방식 등이 이미 선행 작가의 작품들에서 사용되어 공유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본요소들의 창작적 구성이나 구체적인 배열, 조합은 보호받는 표현에 해당하는데 원고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형상과 표현은 특정 전시공간에 대한 원고 자신의 해석에 따라 작품의 소재와 색, 선, 기하학적 형태 등의 기본요소들을 독자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실질적 유사성과 관련해서는 두 저작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서 창작성이 없는 표현 부분, 즉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나 공유에 속하는 요소들을 제외하고 원고의 보호받는 표현이 무엇인지 가려낸 다음, 원고의 보호받는 표현만을 놓고 볼 때 소비자들이 두 저작물을 실질적으로 유사하거나 상호 대체가능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저작물이 주는 인상에 의하여 전체적인 관념 및 느낌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도 어디까지나 독창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보면 양 작품 사이에서 구현된 요소들의 배치형식 내지 표현형식 사이에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원고 작품들의 표현형식 중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나 공유에 속하는 요소들을 제외한 창작성 있는 표현만을 가지고 피고 작품과 대비하여 보면 양자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다.

쟁점에 대한 해설

고무줄과 같은 탄성이 있는 선재를 사용한다거나, 규칙적으로 배열한 고무줄을 전시공간의 벽이나 천장 등에 타카 등의 공구로 연결하는 방식은 이미 원고 작품 이전에도 많이 사용되었던 방식이라서, 선재미술 표현방식이나 배치방식에 대하여 함부로 원고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본 사건의 2심 재판부가 모두 본 건 설치미술 분야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있어서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이라는 판단 기준을 채택하면서 정작 실제 판단에 있어서는 개별 요소들을 모두 분해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다소 모순된 측면이 있다. 특히 작품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만 놓고 보면 창작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더라도 이를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별 요소들의 선택·배열과 조합에 있어서 창작적 개성을 가진다면 전체로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본 2심에서도 위와 같은 법리를 채용하여 원고 작품 저작물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있어서는 원고 작품을 구성하는 비창작성 개별 요소들은 모두 유사성 비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전체적 대비를 위해서는 우선 두 저작물 전체를 각 요소가 결합된 그대로 관찰하여 그 인상이나 느낌을 대비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각 요소를 동등한 비중으로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서울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4나201148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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