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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사건과 판례

소위 ‘표지갈이’사건에서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의
성립범위

박성민 경상국립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

1. 사실관계 및 죄책(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8도 144 판결)

대학교수인 피고인1(실제 저작자)은 2010년 7월경 출판사 영업직원 공소외 AM으로부터 곧 발행할 피고인의 서적들에 저작자 아닌 교수들을 공저자로 추가하자는 요청을 받고 이를 승낙하였다. 이후 피고인1과 공소외 AM은 다른 대학교수인 피고인2, 3(허위 저작자)과 순차 공모하여 표지의 제목은 그대로 둔 채 공저자를 변경하는 방식(소위 표지갈이 방식)으로 저작자 아닌 교수들인 피고인2, 3을 공저자로 추가한 서적들을 발행하였다(실제 사실관계에서는 피고인1의 저작물은 3편, 표지갈이에 가담한 허위 저작자도 20명 이상이다. 해당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심의 사실관계를 요약하였다.).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1, 2, 3은 동 규정에 따라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의 공범으로 처벌되었다.

2. 대법원 판결의 내용

(1) 피고인1, 2, 3의 동의유무와 상관없이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 성립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저작물에 저작자로 표시된 저작자 아닌 자의 인격적 권리나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자 아닌 자가 저작자로 표시된 데 따른 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위 규정에 따른 범죄는 성립하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러한 공표에 저작자 아닌 자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판결 이유 중 발췌, 이하 동일함).
(2) 실제 저작자인 피고인1은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의 공범
실제 저작자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는 범행에 가담하였다면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3)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에 있어 공표는 최초발행만을 의미하지 않음
저작권법상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과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25호). 이러한 공표의 문언적 의미와 위에서 본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하는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이전에 공표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에 따른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3. 판례 평석

(1)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의 성립요건과 공범의 범위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동의유무와 상관없이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가 성립하고, 실제 저작자인 피고인1에 대해서도 본죄의 공범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당사자들의 묵인 또는 승낙이 있는 상황에서 범죄성립여부를 확인하는 핵심은 해당 범죄의 보호법익(형법의 개별구성요건이 보호하려는 가치이며, 생명·자유·재산과 같은 개인적 법익부터 사회의 성풍속이나 국가의 기능과 같은 사회적·국가적 법익까지 다양하다)이 무엇인가에 있다. 만약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의 보호법익을 실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 또는 저작자 및 저작자 아닌 자의 성명표시와 같은 인격적 이익(성명권) 등 소위 개인적 법익으로 이해하면, 피고인1이 동의하거나 묵인하는 경우에는 본죄의 성립이 부정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본죄의 보호법익이 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에 한정되지 않고, 저작자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라는 사회적 법익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았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저작권 침해죄를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로서, 개인적 법익 중에서도 피해자가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한해 친고죄로 규정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본죄에 대해서는 비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죄를 사회적 법익에 관한 죄로 이해하는 대법원의 입장에 공감한다. 따라서 피고인1, 2, 3의 묵인이나 승낙여하에 상관없이 범죄가 성립하며 실제 저작자인 피고인1도 본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2)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에 있어 공표의 의미
법원이 표지갈이가 문제된 다른 사건에서 저작자명의허위표시공표죄의 부수적 법익으로 공표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의정부지방법원 2016. 6. 15. 선고 2015고단4545 판결)에서 본죄의 공표가 저작인격권 중 공표권의 공표와 동일한 개념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해당 쟁점은 본죄의 성립범위와 직결되는데, 저작인격권 중 공표권은 저작자의 최초행사로 소멸된다는 점에서 본죄의 공표를 저작인격권의 공표로 이해하면 본죄는 최초발행의 저작물에 대해서만 성립하고 재발행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본죄 성립이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본죄의 공표를 최초발행만으로 이해하면, 원저작자가 창작한 저작물에 다수의 허위저작자가 이름을 올리기로 합의하고 초판에 일부가 이름을 올리고 초판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개정판에 다른 일부가 이름을 올린 경우에는 초판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처벌된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의 불균형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표지갈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인격권은 공표권보다는 성명표시권이라는 점(이 점을 언급하고 있는 판례로는 의정부지방법원 2017. 4. 28. 선고 2015고단4722 판결)에서 본죄의 공표를 최초발행으로 제한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표지갈이는 창고에 쌓여 있는 전공서적을 재판매하려는 출판사의 이해와 출간된 서적을 교원업적평가 등 성과반영에 활용하면서도 출판사의 인력풀에 남아 공생을 도모하려는 대학교수들의 이해가 일치된 범죄이다. 표지갈이는 해당 사건 이외에도 다수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표지갈이가 관행이라는 허울을 쓰고 횡행하면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까지도 폄훼되는 것 같아 동료 학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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