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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기획특집 1

저작권 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철남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거 문헌을 찾아보면 한국에서 저작권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7년 저작권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부터로 보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국내에서 비디오와 PC의 보급이 확대되고 영화 및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본격화되던 시기이다. 1990년대 필자는 대학 및 대학원에서 저작권법을 포함한 지적재산권법을 공부하고 있었다. 학부에서 저작권법이 개설된 경우가 많지 않았고, 대학원 과정에서도 전공자는 매우 드물던 시절이다. 저작권법에 관한 전문서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학도서관에서도 계간저작권을 비치하고 있지 않았기에 당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가서 관련 논문을 복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내에서 저작권 교육의 인프라가 갖추어지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 및 배포가 성행하고 국민 대다수가 저작권 침해문제에 직면하면서이다. 저작권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대학에서 저작권 강의 및 전공자가 많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교에서의 저작권 교육도 시작되었다.
지금은 대부분 청년강사가 맡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강사가 부족하여 필자도 초중고 강의를 요청받고 전국을 다녔었다. 수백 명의 학생을 체육관 바닥에 앉혀놓고 체육 선생님의 “조용히 안 해!”라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강의했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교육 대상 및 수요가 확대되었지만 교육을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했던 시기의 한 단면이다.
전문 인력의 확충과 함께 교육 방법도 전문화되고 다양해졌다. 텍스트 기반의 무미건조한 교육 자료로 공부하고 강의했었던 과거 세대와는 달리, 청년강사를 포함한 새로운 세대는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작권교육연수원이 자리를 잡고 오프라인 강의를 확대함과 동시에 동영상 교육콘텐츠를 제작하고 온라인 교육을 확대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교육 인프라를 마련한 것이다.
최근의 코로나 상황은 저작권 교육을 위한 방법 및 수단을 한층 더 다양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수의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현장성이 강조되는 오프라인 교육과 다수의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미리 만들어진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현장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동영상 콘텐츠나 줌(Zoom)으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의 예를 들자면, 과거에는 전국으로 강의를 다녔었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난 후에는 1시간 이내에 가능한 지역만 오프라인 강의를 다녔다. 그런데 코로나로 온라인 강의가 일상화되면서 어느 곳에서라도(시간과 강의내용이 적합하다면) 강의가 가능하다. 덧붙여(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가 학생들을 위해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진행하기도 쉬워졌다. 영화, 음악 등 저작권 관련 산업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전문가들을 지방으로 초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줌을 통한 강의가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흔쾌히 강의를 해주고 있다.
저작권 교육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혹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고, 필자는 소위 ‘미래학’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래의 저작권 교육에 관하여 누가(교육주체), 누구에게(교육대상), 어떠한 내용으로(교육내용), 어디에서(공간, 플랫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교육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작권 교육주체와 교육대상, 그리고 교육내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작권 교육의 저변이 확대된 만큼 강사의 풀은 매우 커졌다. 저작권 전공자, 청년강사 등과 함께 다양한 배경의 변호사들이 저작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학생을 포함한 전 국민에 교양 수준의 저작권 교육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저작권 교육과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향후 우리 사회가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음악, 영화, 방송, 게임, SW 등 저작권 관련 산업 현장에서의 저작권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작권 담당 실무자들은 매우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측되는 부분은 교육방법이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 향후 IT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필요에 따라 현장 또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연구와 교육을 위한 플랫폼과 인프라를 상상해 본다. 10년도 더 된, 아직 위키피디아가 자리를 잡기 전 필자는 웹호스팅을 통해 위키를 설치하고 학생들과 함께 저작권 교육자료를 정리하고자 했었다. 가령 저작권 판례들을 위키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면 누구라도 쉽게 공부하고 강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바람은 여전하다. 저작권 교육을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고 그곳에 가면 다양한 교육 자료들과 전시실, 체험장, 강의실이 있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저작권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교육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필요에 따라 오프라인 모임, 강의, 전시, 체험이 이루어진다. 그곳에 저작권 교육의 미래가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교육체험관이 그러한 플랫폼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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