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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이렇게 생각합니다

뮤지컬 산업의 변화, 그 길에 동행하다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프로듀서)
뮤지컬 분야에서 밤낮없이 동분서주하는 제 스스로가 가끔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2004년 EMK 엄홍현 대표와 시작한 뮤지컬 제작은
업계에 뛰어든 신생 제작사가 겪어야 할 많은 어려움과 더불어 그만한 교훈들을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거쳐 2010년, 저희는 새로운 전환을 맞아 유럽 뮤지컬 ‘모차르트!’를 국내에 선보이게 됩니다.

뮤지컬 라이선스에 대하여

뮤지컬 라이선스에 대한 기본 형태를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선 그랜드 라이선스 계약(레플리카 제작 방식)은 당시 한국 대부분의 라이선스 공연의 제작 방식이었는데 원작의 대본, 음악은 물론 무대 위 동선까지 동일하게 연출하고 안무, 의상, 소품 등의 모든 것을 원작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이는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높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으니 원작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뮤지컬 제작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던 저는 그 방식을 잘 알지 못했고 계약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레플리카 방식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EMK에게 최대한 유리한 계약조건을 구상하기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레플리카 방식의 라이선스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별 고민 없이 그 방법을 따랐을 겁니다.

Non레플리카 방식으로 유럽 뮤지컬과의 동행

한국 뮤지컬 업계의 주 수입 대상지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였고 후발주자인 EMK는 기존의 제작사들이 선점한 대상지에 비집고 들어가기 보다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선택지를 택했습니다. 바로 유럽 내에서 가장 큰 비엔나극장협회. 비엔나 시 산하의 정부기관인 이 협회가 서울에서 온 저를 만나고 나서 보인 반응은 놀랍게도 자본주의 논리를 어느 정도 벗어난 신선한 제안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고비용의 레플리카 방식을 오히려 걱정하며 자국의 콘텐츠를 더 널리 알리고자 각 나라의 정서와 제작 상황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함께 고민했고 가장 필수적인 부분만 가져갈 수 있도록 계약을 진행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이 ‘스몰라이선스’, 이후 ‘Non레플리카’ 방식으로 정의되는 이 방법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즉 대본과 음악만 수입하고 한국에서 다시 제작하는 방식이 구체화된 것 입니다. 이는 로열티를 대폭 줄이는 대신 더 좋은 퀄리티를 위한 제작비 증액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외 최고 수준의 스태프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창작에 준하는 제작 과정을 거치며 창의적이고 더 디테일한 제작 기술의 진보들이 쌓여갔습니다. 그 결과 오리지널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의 EMK만의 작품을 무대화하여 해외 콘텐츠의 현지화를 성공시키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여 2016년 ‘마타하리’, 2018년 ‘웃는남자’, 2019년 ‘엑스칼리버’의 월드 프리미어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4년 일본 ‘토호’ 원작사의 작품 ‘마리 앙트와네트’ 한국 초연 제작 과정 중, Non레플리카 제작 방식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계기가 발생합니다. 제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출과 원작자들과의 부단한 연구와 협의 끝에 50% 이상의 대본 수정과 신곡 추가 등이 이루어졌고 이는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작은 수정 하나하나까지 모두 원작자의 승인 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원작자 혹은 원작사에 귀속되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는데 그렇게 순순히 인정할 수만은 없는 노력의 결과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해결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지속적인 어필과 설득 말고는 달리 묘수는 없었습니다. 토호의 제작진들을 초대해 제작 과정을 모니터링하게 하기도 하며 끈질긴 설득을 지속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토호로부터 원작에서 바뀐 부분들에 대한 일부분의 저작권을 결국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2014년 국내 초연을 관람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극장관계자는 토호의 오리지널 버전이 아닌 EMK 버전의 대본과 악보를 라이선스하길 희망하여 토호가 그들로부터 받은 저작권료 일부를 EMK에게 지급하게 되는 성과를 이루었고, 이후 일본에서도 EMK 버전의 대본, 음악뿐만 아니라 연출, 세트, 안무 등을 사용한 공연을 올리게 되었고 토호로부터 저작권료를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라이선스 공연의 또 다른 산업적 확장을 시장에 선보이게 된 매우 독특한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영화관에서 영상으로 만나다

몬테크리스토는 스위스 상뜨갈렌 씨어터의 작품으로 스몰라이선스(Non레플리카)로 계약이 이뤄졌고 2010년 한국 초연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2011, 2013, 2016년 충무아트센터에서의 공연들을 포함해 총 4번의 성공적인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간 많은 나라의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EMK 버전의 공연을 보게 되고 그 결과 중국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EMK 버전의 몬테크리스토를 라이선스하기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판을 뒤집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지속적으로 원작자들을 설득해 스위스와 본격적인 재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몬테크리스토의 전 세계 판권을 EMK가 확보하게 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이는 라이선스 공연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발판으로 오리지널 원작사로부터 그 저작권을 획득한 첫 사례로 기록됩니다.
그렇게 EMK IP로 5번째 시즌을 맞게 된 몬테크리스토의 10주년 기념 공연은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2020 팬데믹 시대였고, 공연계 또한 가장 참혹한 상황을 버텨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한 멈출 수는 없는 것이라 저는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게 됩니다. 바로 작년 한 해 공연계 가장 큰 화두였던 ‘공연 영상화 사업’입니다.
공연 영상화 사업은 최근 닥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주저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돼버렸고 다행히도 미리 준비하고 있던 EMK의 시스템은 신속히 그 결과물을 내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아카이브영상을 넘어서는 퀄리티를 추구하다 보니 영상문법에 전문인 영화관계자들과도 긴밀히 공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전국 CGV에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어느 세미나에서의 제 발제의 내용을 이곳에 오픈하며 마지막 질문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결국 이루어낸 EMK IP가 된 ‘몬테크리스토’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내적으로 ‘창작’이라는 단어의 주요 핵심은 ‘한국인이 만든’이라는 정서적이고 감성적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모든 행정적 혜택이 ‘창작’이냐 아니냐에 집중되어 있는지라, 저는 창작 작품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을 의논하는 자리에 몬테크리스토를 영상화하는 작업에 정부 지원이 가능한가를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대가 고민 중입니다. 그러나 그 답을 기다릴 틈이 없이 세상은 다양한 공조와 융합, 그리고 새로운 가치들이 재조합되고 있습니다. EMK의 새로운 진보는 이렇게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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