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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기획특집 2

비대면 시대 도서관의 역할
: 저작권법 제35조의4를 중심으로

이호신 한성대학교 디지털인문정보학 트랙 부교수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만남과 서비스라는 새로운 문화를 등장시키면서 사회 곳곳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도서관의 자료 이용과 서비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전국의 도서관들이 기약 없이 휴관하는 사태가 되풀이되었다. 유례없는 사태로 인해 도서관은 문을 닫았지만 그렇다고 그 기능까지 전면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들이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디지털 저작물은 어려움 속에서도 도서관의 정보서비스를 이어가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는 지식, 정보의 탐색과 이용이 도서관 내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디지털 저작물을 확보하고 서비스하는 일이 도서관이 당면한 과제임을 부각시켜 준 것이다.
도서관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디지털 저작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전자저널을 구독하고 전자책을 구입하는 일뿐만 아니라 도서관이 직접 소장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디지털 저작물의 서비스는 저작물의 복제와 전송에 해당하기 때문에 언제나 저작권 문제를 수반한다. 상업 영역에서 판매되는 전자저널이나 전자책은 구매의 과정에서 유통사와 체결하는 계약을 통해서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 자체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저작물의 경우에는 그 권리 처리가 수월하지 않다.
전자저널이나 전자책의 경우와는 달리 저작권 문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카운터파트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법한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는 저작물마다 저작재산권자를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그 이용에 대한 허락을 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저작물의 대량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도서관이 이런 과정을 진행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정적, 행정적으로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은 도서관의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항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31조는 도서관의 저작물 복제와 전송에 대해서 저작권 면책을 규정하는 조항이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디지털화하고 전송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조항은 저작물 전송의 범위를 도서관 내부로만 한정하고 있어서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하고 서비스하는 데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서 도서관 외부로 저작물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도서관도 예외 없이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저작물을 온라인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저작물마다 저작재산권자를 확인하여 연락처를 파악하여 저작물 이용에 따르는 대가를 협의하여 이용에 대한 허락을 구하고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도서관의 부담이 너무 크다. 이런 까닭에 소장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서비스하는 일을 이미 오래 전부터 수행해왔지만 그 결과물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는 여전히 도서관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디지털 저작물도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을 방문해서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도서관이 정상적으로 개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런데 2019년에 개정된 저작권법(법률 제16600호)에는 도서관의 저작물 디지털화와 서비스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저작권법 제35조의4는 도서관을 비롯한 국·공립 문화시설이 소장한 저작물의 복제와 전송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조항이다. 저작물의 디지털화에 따르는 저작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행정적 부담을 경감시키면서 실제적인 디지털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제공하고 있다.
저작물의 디지털화와 온라인 전송의 기본 전제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이다. 그러나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저작권법 제35조의4가 주목하는 것은 이렇게 적절한 방법으로 이용허락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저작물이다. 문화시설에 보관된 저작물 가운데 상당한 조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저작재산권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없거나 저작재산권자의 거소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문화시설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시, 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추후에 저작권자가 나타나 저작물 이용의 중단을 요구할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수용하고 그동안의 저작물 이용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이 조항은 도서관, 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이 보유한 자료의 디지털화와 온라인 서비스에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부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그 이용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이 조항이 신설되기 이전에도 저작권법 제50조의 규정에 따라 저작재산권자 불명인 저작물을 이용할 수는 있었다. 이 경우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했고 저작물 이용에 대한 공탁금을 먼저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상당한 조사’는 ‘상당한 노력’에 비해서 완화된 조건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특히 ‘상당한 노력’의 요건으로 제시된 시간적인 지체나 공고 행위가 필요하지 않아 문화시설들이 저작물을 신속하고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 요건을 간소화하였다. 또한 공탁금을 선납해야 하는 조건도 없어서 문화시설의 재정적인 부담을 경감하고 있다. 다만 문화시설이 공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이용의 범위는 제한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가 없다.
이 조항의 도입으로 도서관은 소장 자료 가운데 저작재산권자 불명인 저작물을 상당한 조사를 거친 이후에 도서관 외부로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복제물을 제작하여 배포하거나 공연, 전시 등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작권법 제31조가 저작물의 복제와 전송에 대한 예외만을 인정하고 전송의 범위를 도서관 내부로 제약했던 것과는 달리,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조사’를 비롯한 이 조항의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일도 결코 수월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저작재산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 필요한 불가피한 요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게 도서관 내부에만 가두어 두었던 디지털 저작물을 도서관 담장을 넘어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디지털 도서관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범위를 국립문화시설 몇 곳과 지역 대표도서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비롯하여 보다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준비하는 비대면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그 문호를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서관은 지식, 정보의 공유와 확산을 통해서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도 이런 도서관의 사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도서관의 역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저작물의 디지털화와 서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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