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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화

기획특집 1

전자책 대출을 둘러싼 도서관과 출판계의 대립,
그 속의 저작권 이슈

임원선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 교수(전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바라건대 귀 협회에서 회원사 모두에게 이에 대한 계도와 함께 불법적인 도서관 운영의 즉각 중단을 고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왕에 진행된 일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 보상과 책임자 처벌이 진행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언뜻 ‘합의금 장사’를 알리는 법무법인의 경고장을 연상케 하는 이것은 놀랍게도 지난 2월 4일자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한국도서관협회(이하 ‘도협’)에 보낸 공문(출협 제2021-031, ‘저작권법을 침해하는 온라인 전자책 대출 서비스 중단 촉구’)의 일부이다. 도협도 이에 대해 2월 10일자 공문(도협-20210210-0001)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우리 공공도서관은 ‘온라인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콘텐츠 제공자와의 계약을 통해 이용료(저작권료 등)를 지급하는 등의 적법한 절차로 해당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 협회의 일방적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건의 내용만 보면 금방이라도 뜨겁게 치닫지 않을까 걱정되는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다툼은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하다. 이번에는 출협이 저작권법의 관련 규정을 일부 오해한 데서 사태가 비롯되었기에 본격적인 논의로 발전되지 않은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판계가 오랫동안 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를 주시해왔고 이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언제든 표면화될 수 있다. 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에는 과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공문이 시행되던 날 발표된 도협의 성명서가 밝히고 있듯이 ‘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는… 전자책 납품처와 체결한 구매 또는 구독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고 ‘계약의 대상이 되는 전자책은 저작권자 또는 배타적발행권자의 동의가 이루어진 것에 한정하고 있으며 계약 체결 과정에서 서비스의 범위와 조건이 결정’된다. 아날로그 책과 전혀 다르다.
전자책 대출을 둘러싼 도서관과 출판계의 대립
아날로그 책은 일반 독자가 책을 사서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서관도 그 책을 사서 이용자에게 대출하면 된다. 저작권자나 배타적발행권자(이하 ‘권리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바로 최초 판매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도 저작권법의 규정에 따라 이를 디지털화해서 그 도서관 내에서 서비스하거나 다른 도서관 내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전송할 수 있다. 물론 불법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기술조치를 하거나 일정한 이용에 대해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권리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저작권법이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출협은 이것을 전자책 서비스와 혼동한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 서비스는 다르다. 전자책 서비스의 모든 것은 ‘구매 또는 구독 계약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또 권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전자책에는 최초 판매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전자책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도서관계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학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날로그 학술지 대신 전자저널을 구독해왔다. 아날로그 학술지와 전자저널에 대해 같은 ‘구독’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아날로그 학술지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구매한다는 의미이고, 전자저널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그 이용을 허락받는다는 의미이다. 아날로그 학술지는 구독을 그만두어도 이미 구독한 학술지를 보유하며 서비스할 수 있지만 전자저널은 그날로 모든 서비스가 종료된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도서관장이 일부 거대 학술지 출판사들이 독점하는 전자자료 구독료를 대학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보이콧’을 언급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의 인식 부족과 자신의 책임을 충분히 깨닫지 못한 연구자가 큰 고민 없이 학술지 출판사에게 양도한 저작권이 스스로에게 비수로 돌아온 안타까운 결과이다. 어쨌거나 학술지와 관련해 대학도서관에서 벌어진 이런 일들이 이제 책과 관련해 공공도서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전자책이 나온 지는 벌써 한참 되었지만 그 시장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 아날로그 책이 여전히 매력적인 매체이기도 하고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아직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전자책 시장이 부진한 상황은 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자책 유통사들이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전자책 시장의 과도기적인 버팀목으로 도서관을 활용해온 측면이 있다.
e-book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 필요성이 높아져 전자책 이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자책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인한 휴관 상황에서도 도서관 서비스를 지속하고 나아가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책 수요가 증가해 이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황이 궁극적으로 도서관 서비스에 긍정적일 수 있을까?
예상컨대 대학도서관이 전자저널 서비스에서 겪는 어려움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전자저널 서비스는 ‘오픈 액세스’라는 대안이 있어 학술지 출판사들을 견제할 수단이라도 있지만, 전자책에는 그러한 수단조차 보이지 않는다.
학술지는 아날로그 시절부터 도서관이 주된 서비스 채널이었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학술지는 개인적으로 구독하기보다는 본래부터 도서관에서 보는 B2B 시장이었다. 그래서 아날로그 학술지가 전자저널로 바뀌었어도 도서관이 여전히 기본 서비스 채널로 기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은 본래 개인 구매, 즉 B2C 시장이 기본이었기에 전자책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되면 전자책과 관련한 도서관의 과도기적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어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설 자리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또 일시에 벌어지기보다는 분야마다 시차를 두고 다양한 모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출판시장에서 도서관은 책의 구매자, 홍보자 그리고 구매대체자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책에 따라 그 역할의 비중이 다르다. 예를 들어 전문 학술도서는 책의 구매자와 홍보자 역할이, 기획 출판된 베스트셀러나 아동도서는 책의 구매대체자의 역할이 클 수 있다. 아날로그 책에서는 출판사가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전자책에서는 특정 베스트셀러를 도서관에는 공급하지 않거나 영화처럼 공급 시기를 조절해서 시중에 출간한 후 일정 기간(예를 들어 6개월) 후부터 도서관에서 서비스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매-서비스라는 하나의 모델만이 존재하는 아날로그 책과 달리 전자책은 권리자와의 협의에 따라 다양한 라이선스 모델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가 도서관계로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얼마나 대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값비싼 책을 구매해 예산을 낭비하기보다 실제 이용량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게 되면 이용자에게 더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법을 개정하여 공공대출권법의 적용 범위를 전자책(e-book)과 오디오북(e-audio-book)을 포괄하도록 확대해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조금 당겨졌을 뿐 예정된 미래였다. 전자책은 국민 독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 변화된 환경에도 국민 독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도서관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한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가 출판계와 도서관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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